1. 사안의 개요

     A는 도로변에 자동차를 주차한 후 하차하기 위하여 운전석 문을 열다가 마침 후방에서 진행하여 오던 피해자 B가 운전하던 자전거의 핸들 부분을 위 운전석 문으로 충격하고, 그로 인하여 넘어진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현장에서 이탈하였다. 이 경우 A의 처벌은?

2. 판 단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상죄(형법 제268조)나 업무상 과실․중과실 재물손괴죄(도로교통법 제151)를 범한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하 ‘교특법’이라 한다)이 형법에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따라서 문제는 A가 자동차를 주차한 후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이를 교통사고로 보아 위 법이 적용되는가 하는 점인데, 판례는 교특법상의 ‘교통’을 도로교통법상의 ‘운전’보다 넓은 개념으로 보아,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 ‘교통’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도21034 판결 등).

      그런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차의 교통으로 위 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公訴)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동법 제3조 2항 본문). 특히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가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된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 죄를 범한 차의 운전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동법 제4조 1항 본문).

      그러나 차의 운전자가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하고도 피해자를 구호(救護)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하거나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遺棄)하고 도주한 경우(특가법위반(도주운전)), 위 죄를 범하고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경찰공무원의 음주측청에 응할 의무)을 위반하여 음주측정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운전자가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 제외. 음주측정불응), 교특법 제3조 2항 단서 소정의 11항목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위 특례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동법 제3조 2항 단서),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된 경우에도 ① 제3조 2항 단서(특가법위반(도주운전), 음주측정불응, 11개 항목 위반)에 해당하거나, ②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不具)가 되거나 불치(不治) 또는 난치(難治)의 질병에 이르렀거나(중상해), ③ 보험계약 또는 공제계약이 무효로 되거나 해지되거나 계약상의 면책 규정 등으로 인하여 보험회사, 공제조합 또는 공제사업자의 보험금 또는 공제금 지급의무가 없어진 때에는 처벌상의 특례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사고운전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동법 제4조 1항 단서).

      따라서 사안에서 A가 피해자 B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현장에서 이탈하였으므로, 설사 A의 차량에 종합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A는 위 특가법에 따라 처벌될 것입니다.